정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가닥'…이달 중순 최종 확정

정부가 24년 동안 유지해왔던 통신요금 인가제를 전격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폐지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다. 정부는 인가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통신요금 인가제 개선방안을 비롯한 ‘통신시장경쟁촉진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1991년 시작된 요금 인가제는 통신 시장 과점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 상품을 내놓거나 요금 인상 시 정부 허가(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과점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인상을 막아 시장 왜곡과 이용자 후생침해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동전화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유선전화 시장에선 KT가 각각 요금인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다.

이 제도는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통제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업자 간 자유로운 요금 경쟁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의 요금 담합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래부가 지난해 규제개혁 차원에서 제도 손실에 착수한 이유다. 하지만 업계의 첨예한 갈등이 거듭되며 1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통신 시장에서 과점 사업자가 강력한 망내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 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후생이 악화 된다는 후발 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최근 미래부 전담팀 재검토와 관계부처 의견조율에서는 인가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경쟁 활성화에 무게를 더 두겠다는 의지에서다. 통신 소매 요금 시장에 대한 사전 규제가 없어지는 세계 시장의 흐름도 반영됐다.

국회 입법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행 요금 인가제가 인가 대상 서비스 지정에 대한 객관성과 요금 적정성 심사의 실효성이 미흡하고 요금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요금인가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불거질 공정경쟁 이슈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따로 내놓기로 했다. ‘유보신고제’와 ‘약관변경 명령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보신고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적용됐던 인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되, 일정 기간(대략 2주) 동안 정부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요금제 신고를 유보하는 제도다. 약관변경 명령이란 시장 과점 사업자의 요금 적정성 위반, 공정경쟁 저해 시 이를 즉각 개선할 수 있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요금 인가제 존폐에 대한 최종 결정과 그 시기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최종 개선방안을 확정한 뒤 관련 법령 개정안을 국회 제출할 예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 안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